[오덕교 칼럼] 제1장 초대교회 설교자와 설교(4)
오덕교 총장 /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2.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설교
● 예수 그리스도와 설교
둘째로 설교에 비유를 많이 사용하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청중의 이해를 위해 ‘씨 뿌리는 자의 비유’,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 ‘지혜로운 처녀의 비유.’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 ‘탕자의 비유,’ ‘나사로와 부자의 비유,’ ‘들에 핀 백합화,’ ‘공중의 새,’ ‘과부의 동전 한 닢’ 등 예화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설교하였다. 마태가 지적한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것을 무리에게 비유로 말씀하시고, 비유가 아니면 아무것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다”(마 13:34).
셋째로 설교 내용을 회화적(繪畵的)으로 묘사하였다. 예수 그리스도는 비유와 예화 등을 통해 설교 내용을 논리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청중이 설교 속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공중에 나는 새를 보라!” 또는 “들의 백합화를 보라!” 등 청중에게 “보라!”고 말씀하심으로 청중의 시각에 호소하였고, 탕자의 비유에서 보여 주신 것처럼 하나님을 떠난 자의 비참한 형편을 실제로 눈으로 보는 것처럼 묘사하였다. 그래서 설교를 들은 청중은 한 폭의 명화(名畵)나 영화를 감상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설교에 몰입된 청중들은 종종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배고픔까지 잊기도 하였다(마 15:32).
넷째로 재치와 순발력이 뛰어났다. 예수 그리스도는 즉각적이면서 임기응변적으로 말씀하였지만, 그의 설교에는 항상 재치와 위트, 순발력이 차고 넘쳤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 미물에 불과한 새와 꽃들을 돌보시는 것처럼, 그의 자녀들을 보호하신다는 것을 설교하였고(눅 12:27), 탐욕에 빠져 살아가는 자는 천국과 무관하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설명하기도 하였다(마 19:24).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물었을 때는 “세금 낼 돈을 내게 보이라”고 말씀하신 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라고 하는 등(마 22:15~21) 순발력 있게 말씀하였다. 그리고 장로들의 전통만 강조하던 바리새인의 그릇된 교훈을 경계할 때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마 9:17)고 말씀하심으로 재치와 순발력을 보여 주었다.
다섯째로 의지(意志)에 초점을 두고 설교하였다. 예수님은 설교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거나 청중의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들은 설교를 실천에 옮길 것을 가르쳤다. 설교의 목적이 지식 축적이나 감정을 고조 시키는 것이 아닌, 변화와 실천을 유도하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율법 교사가 자신을 옳게 보이기 위해 예수께 “누가 내 이웃이냐?”고 물었을 때,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선행을 소개하면서 이웃에게 자비를베풀 것을 요구하였고(눅 10:30~39), 산상수훈을 말씀하신 후에 지혜로운 자는 말씀을 듣는 자가 아니요 행하는 자임을 밝히면서 실천을 강조하였다(마 7:24~27). 그리고 서로 높아지려고 하는 제자들 앞에 한 어린아이를 세훈 후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처럼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마 18:4)고 하면서 겸손할 것을 강조하였다.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에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며 섬김의 본을 보인 후,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요 13:14)고 말씀함으로 실천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예수님은 설교의 초점을 지성이나 감정보다는 행함을 유발하는 의지에 초점을 두었다.
여섯째로 형식에 매이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설교 내용은 단순하고 간결하였다. 그는 미사여구나 철학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청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 곧 쉬운 말로 설교하였다. 그는 설교 도중에 간절히 기도한 후 다시 설교하기도 하였다. 기존의 형식을 중시하지 않았다. 그는 설교 장소를 성전이나 회당으로 제한하지 않았고, 시장, 길가, 언덕, 해변 등 어디든지 사람들이 모인 곳, 개인의 집이나 잔칫집 등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말씀을 전하였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전하신 것이다. 그는 설교를 통해 공공 윤리를 선포하였고, 때로는 설교 도중 사적인 권면을 하거나 청중과 직접으로 대화하며 설교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 가면서 언행일치의 삶을 통해 설교자가 어떻게 설교하며 살아야 하는지 보여 주셨다. <계속>
출처 : 컵뉴스(http://www.cup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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